[편집자 칼럼] 대아청과 품목확대 제동 걸겠다는 중도매인
[편집자 칼럼] 대아청과 품목확대 제동 걸겠다는 중도매인
  • 김재민
  • 승인 2024.05.2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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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아청과 특혜·중도매인 손해 이야기하지만...중도매인에 유리한 방향
정부, 가락시장 농산물 가격 끌어 올린 공공의 적 '개혁 대상 정조준'
정당한 의사표현도 개혁 거부 세력으로 비춰질 가능성 높아 주의 필요
도매시장 개혁 위해 기재부·공정위까지 동원...정부 의지 어느때보다 강해
명분 없는 반대 중단하고 정책 방향 여론 추이 살피며 전략적 행동해야

국내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출하되어 유통되는 농산물의 40% 가까이는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이 담당하고 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인천, 구리, 안산, 수원, 안양 등 다른 수도권 농산물도매시장이 있기는 하지만, 각 도매시장은 해당 지역 인구가 많지 않던 시절 만들어졌고, 가락시장은 이미 서울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던 시절 건설되었기 때문에 다른 수도권 농산물도매시장과 비교해 가락시장이 수도권에서 농산물 수집과 분산 그리고 가격 결정 등 농산물공급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개혁 대상 가락시장

이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산물도매시장 특히 가락시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하다. 도매시장을 통한 농산물 유통이 비용을 증가시키고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등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들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불만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내 주요 도매법인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이미지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를 혁파하겠다며 서울시는 가락시장 내 정가·수의매매와 시장도매인제 이식을 십수 년째 계속 시도하고 있고, 법인의 높은 영업 이익을 의식해서인지 수수료율을 낮추려고 시도하는 등 개혁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가락시장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도매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5.1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대책과 중도매인의 반발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5.1일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에도 도매시장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도매시장 개혁 방안은 특정 도매법인이 수십 년간 독점하고 있는 부분은 평가를 통해 신규법인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시장에 도매법인 수가 적정한지를 따져 추가 지정을 유도하는가 하면, 가락시장의 경우 거래 품목에 제한을 받는 도매법인의 규제를 철회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도매법인 간, 중도매인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도매시장 상장 수수료의 적절성 검토,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을 다시 한번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의 도매시장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개혁의 대상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자칫 역풍을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 내 중도매인 단체들은 최근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을 위한 일련의 계획을 대아청과에 대한 특혜라고 규정하고, 경쟁 촉진은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 중도매인들의 서명을 받아 반대 의견서와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며,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중도매인허가증을 반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개혁 거부 강한 역풍 고려해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구조 개선 대책에서 신규법인의 지정 등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 정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가운데 개혁의 대상자 중 하나인 중도매인 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모습은 오히려 도매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고, 자칫 정부를 자극해 지금보다 더 강경한 프로그램을 들고나올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행동을 필요가 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국정 과제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진압, 회계장부 제출 등을 통해 노동조합들을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고, 우리 사회에 갑 중의 갑인 의사들과도 양보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거대 야당과도 일체 타협 없이 간호법, 양곡법과 농안법, 노란봉투법, 특검법 등 개혁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는 등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어 가락시장 등 농산물 도매유통업계의 개혁 거부 움직임이 정부의 강경 대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살펴야 한다.

과거 도매시장을 겨냥한 유통구조 개선대책은 농식품부가 주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참여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 정부 강경기조를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수 있다. 도매법인에 대한 평가를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해 무조건 퇴출 법인이 나오도록 한다거나, 평가 대상과 퇴출 대상을 도매법인뿐만 아니라 중도매인으로까지 확대한다거나, 도매시장 내 경쟁촉진을 위한 방편으로 실행이 어려운 도매법인을 추가하는 것에 앞서 중도매인이나 매참인 수를 늘리는 등 시장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들이밀며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여론도 도매시장에는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중도매인들을 흔든다 해서 개혁 대상인 중도매인의 편에 설 세력 또한 마땅히 없다.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 정책 시장판도 바꿀 변수 될까?

현재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시장 종사자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는 내용이 담겼다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대아청과의 품목 확대는 실효성을 떠나서 가락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조치다. 그렇다고 해서 가락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파괴력은 사실 기대하기 힘들어 찬찬히 따져보면 찻잔 속의 태풍도 되기 힘든 매우 어려운 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현재 대아청과를 제외한 나머지 도매법인들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가락시장 내 6개 도매법인은 나름대로 중점 유통하는 품목이 정해져 있고, 산지도 오랫동안 관리해 오고 있으며, 소속된 중매인들 또한 자신들이 취급하는 품목을 납품할 거래처를 오랫동안 확보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소 무와 배추, 파만 유통해오던 대아청과 중도매인들이 다른 품목도 잘 유통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한다고 할지라도 거래를 해본 적 없는 대아청과에 무와 배추 전문이라는 도매법인에 자신이 생산한 과일이나 채소류를 출하하겠다 생각할 유통조직이나 농가가 나올 가능성 자체가 낮아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도매시장 정책에 굳이 반대 의견을 표시해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 번도 농산물 중계사업을 해본적이 없는 신규법인보다야 대아청과가 조금은 유의미한 경쟁력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수십 년간 자신들이 주로 취급해온 품목을 한 번도 취급한 적 없는 법인에 빼앗길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설사 다른 법인이 관리하는 산지에 대아청과가 접근한다고 할지라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청과 회사라면 대아청과가 촉발한 산지 쟁탈 시도는 쉽게 좌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아청과 품목 확대 매우 점진적으로 천천히 이뤄질 것

만약 정부가 신규도매법인이나 품목 규제를 풀어주는 대아청과에 비정상적인 지원을 몰아주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면야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법인 평가 강화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서 정부가 실시하겠다는 도매시장 개혁 방안은 현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에 매우 유리한 판이어서 가락시장 내의 판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대아청과는 소비가 줄고 있는 무와 배추 등의 상품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어서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품목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대아청과의 품목 확대는 주변에서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품목과 물량을 매우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수준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수십 년간 거래해온 산지와 주요 출하자를 빼앗길 정도로 허술한 도매법인이 가락시장에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 답은 금방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가락시장 내 중도매인들이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행보는 정부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서도 또 정부가 개혁과제에 반기를 드는 집단에 가했던 강경한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는 행동이다. 오히려 정부의 도매시장 개혁에 협조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는 쪽으로 전략적 행동이 필요해 보인다.

 

도매법인 간 경쟁 촉진 중도매인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

도매법인을 추가하거나, 대아청과에 취급 품목 확대를 열어주는 조치는 당장 시장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품목 하나를 추가하고 물량을 확보하는 일은 산지와 소비지 영업을 동시에 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생각하는 경쟁 촉진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나며 실효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중도매인 입장에서는 대아청과의 취급품목 확대가 매우 반길 조치이다. 신규법인이 진입하거나, 대아청과가 품목을 확대할 경우 결국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중도매인 영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청과법인은 중도매인을 빼앗기지 않으려 중도매인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 중도매인의 몸값은 상승하고 중도매인들의 선택권이 증가하면서 편익이 증가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특혜라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중도매인 스스로가 자신의 이익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이고, 명분이 없는 반대 의견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저성과 도매법인 퇴출을 골자로하는 평가 강화나, 상장수수료율 적정성 검토 등의 조치는 도매법인 입장에서는 매우 위협적인 내용이다. 이번 계획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면 중도매인이 아니라 도매법인들이 정부에 따지고 싶은 것이 더욱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는 도매시장을 꼭 개혁하겠다며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대동하고 시장의 문제를 찾아나선 마당에 설익은 논평이나 불만의 표출이 자칫 시장에 더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모두가 발언에 신중을 기하며 자중하고 있다.

도매시장은 현재 소비자, 생산자 모두에게 농산물 가격을 불필요하게 올리는 공공의 적으로 몰려 있다. 자칫 정당한 의사표현 조차도 개혁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비추일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섣부른 의사 표현을 대신 정부의 집행 의지, 여론의 향방을 살피면서 어떻게 행동할지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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