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농산물 유통경로 구조 무엇이 결정할까?
[특집3]농산물 유통경로 구조 무엇이 결정할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4.05.13 08:00
  • 호수 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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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비용과 유통비용으로 풀어보는 유통구조의 변화이야기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사과 등 과일과 채소 가격 폭등에 따른 물가 불안이 장기화 되자 정부가 공급 대책이 아닌 농산물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는 의사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시도된 여러 프로그램 중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정착한 프로그램이 1980년대 농산물도매시장 건설 사업 이후 실시된 경매제도이다. 이후 발표된 프로그램 중 제대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제여서 범정부 TF까지 구성해 대안을 내놓겠다고 기획재정부 1차관이 공언한 가운데 그 방향이 어떻게 잡혀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산물 경로의 구조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고 정부의 대안을 가늠해 본다.

 

 


유통개혁 산지유통인 중심의 유통구조의 문제에서 출발


농업인 가구수는 2023년 기준 102만호 농업인구는 216만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농업인구 비중은 4.2%다. 농가 당 평균 농지보유면적은 1ha(3000평) 내외로 소규모가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이렇게 소규모 경영체가 많은 우리 농업은 농산물 유통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농가는 수요자를 찾아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유통업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생산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닐 경우 많은 유통비용이 발생한다. 과거 유통인프라가 빈약했던 1970년대까지 산지유통인들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소비지 정보 즉 수급상황에 어두운 농가로써는 산지유통인들에게 휘둘려 헐값에 농산물을 넘기는 일도 부지기수로 많아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도매시장 농산물 유통 혁신의 대명사


이를 해소해 준 것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도매시장에는 농산물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모아 놓았다. 농가들도 구매자가 모여 있는 도매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거래상대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도매시장에는 너무 많은 상인들이 존재하고 또 너무 많은 농가들이 몰려들다 보니 누구와 흥정을 해야할지 상대가 제시하는 가격이 적당한지, 각 농가가 가져온 농산물의 품질이 어떤지를 확인하는게 쉽지 않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산지유통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도입된 프로그램이 경매(입찰)이다. 농가는 도매법인(경매사)에 자신의 농산물 판매를 위탁하면 법인 소속 경매사는 수많은 도매상인들에게 흥정을 부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에게 판매가 이뤄지고 정산까지 당일 마치게 된다.

이렇듯 구매 상대자를 탐색하고, 흥정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정산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도매시장이 없다면 많은 시간과 품이 필요하고, 돈을 떼이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수준이하의 농산물을 받고 손해를 보는 상인도 나타날 것이다. 도매시장과 경매시스템은 이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투명하게 처리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경제학에서는 거래비용이라 하며,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은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 협상대상자 탐색, 협상 결정, 계약서 작성 및 이행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까지 포함되며, 대금의 지불, 품질의 확인 등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가 처음으로 이 개념을 사용하여 기업의 조직과 외부 시장에서의 거래 효율성을 비교하는 데 사용했다.

도매시장은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수탁받는 순간 도매법인 내부에서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일어나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경매사가 중도매인들에게 어떤 상품을 보여주고 상태를 설명하고 입찰에 부치면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가격만 입력해 경매사에게 전송하면 가장 높은 금액을 입력한 도매인에게 자동 낙찰이 되고, 당일 농가에게 대금이 정산된다. 또한 그렇게 진행된 경매 정보는 수집되어 평균 가격, 품질에 따른 가격 등으로 가공되어 공표되면서 농가들과 소비자는 농산물 출하나 구매를 위한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정말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유통비용과 거래비용 사이


문제는 거래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졌지만 유통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해당 농산물이 최종 판매처인 소매점이나 도매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시장인 도매시장에 반입되었다가 상품을 확인하고 경매가 이뤄진 뒤에 다시 차량에 실려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비용을 낮춰준 댓가로 도매시장을 이용하며 농가가 물어야 하는 수수료와 상하차 등 물류비용 등이 발생해 출하하고자 하는 물량이 많은 대규모 농가나 산지유통조직의 경우는 이 비용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실제로 이로 인해 농가의 규모가 크거나, 산지협업조직이 잘된 품목을 중심으로 탈 도매시장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즉 도매시장은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필연적으로 유통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거래비용이 많이 드는 플레이어나 품목이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고 반대로 유통비용이 거래비용보다 많이 들어가는 품목이나 플레이어가 직거래에 더 관심을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품목이 돼지다. 1990년대 약 40%가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이 되었으나 2012년 10%대로 하락했고 2023년 전체 물량의 약 5%가 도매시장을 경유해 출하 되고 있다.

돼지의 유통경로가 도매시장에서 육가공업체 및 양돈조합 등과의 직거래로 전환된 이유는 농장이 규모화되고 이어 육가공업체가 규모화되면서 도매시장을 이용하며 절약한 거래비용보다 도매시장을 이용하며 지불해야 하는 유통비용은 더 컸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 경매의 최대 약점


경매는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유통비용 증가와 함께 강한 변동성이 늘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 도매시장을 통해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에 성공한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도매시장의 최대 약점인 가격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연구에 들어간다.

농산물은 공급과 수요의 비탄력성 때문에 수요의 변동폭만큼 가격이 움직이는게 아니라 3~4배 가격이 더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배추 공급이 평년대비 5% 감소하거나 증가했다면 5% 만큼 가격이 등락하는게 아니라 15% 이상 가격이 등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과생산량은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격은 90%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농산물이 갖는 가격에 대한 공급의 비탄력성(다음 연도 수확때까지 공급을 늘릴 수 없음) 때문에 발생하지만, 채소류를 중심으로는 재배면적이 충분한데도 장마나 태풍 등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단기 이슈에도 크게 휘둘리는 특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주체의 육성, 새로운 거래방식의 도입이 추진되었다.

 


협상에 의한 가격 결정


2000년대 정부는 농안법을 개정해 도매시장에 상장된 농산물에 대해 수요자인 중도매인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경매제 대신 출하자와 수요자가 협상에 의해 가격 등을 조율할 수 있는 거래방법으로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한다.

이는 일본의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실시되는 상대매매 방식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2000년 이후 농안법에는 경매나 입찰 이외에 정가매매, 수의매매가 공식적인 거래방식으로 포함됐으며,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을 겸하는 ‘시장도매인’ 제도가 만들어져 운영 중이다.

정가매매와 수의매매는 기존 도매법인이 농산물을 농가로부터 수탁받아 중도매인에게 판매할 때 경매가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거래일시, 물량, 가격 등을 미리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시장도매인도 생산농가가 경매를 거치지 않고 시장도매인과 사전에 협상을 통해 가격을 책정하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2003년 서울 강서시장이 시장도매인 중심으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구매자인 중도매인들이 경쟁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가격을 협의해 책정하기 때문에 농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당일 수급상황이 아닌 전체적인 작황이나 중장기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단기에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농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청과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제나 정가수의매매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가 기존 도매법인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다른 농수산도매시장에 지정되지 못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말처럼 새로운 거래방식의 이식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참고로 1980년대 중후반부터 농산물도매시장은 경매제도를 도입했는데, 제도의 정착은 별 문제 없이 이뤄졌다.

 


산지조직화 규모화 선행되어야


협의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기 위해서는 유통경로상에서 생산자의 파워가 커져야 한다. 생산자의 파워는 단일 경영체가 많은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어느 정도 독점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점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가격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이야기하며, 독점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소규모 경영체는 시장 가격을 단순히 수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독점력은 시장점유이 5%가 되면 조금씩 시장에 영향을 줄수 있게 되고, 10%가 넘어가면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30% 내외가 되면 시장지배자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

개별 농가가 5%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산지조직화를 통해 대응하게 된다. 국내 산지 대표조직으로 농협이 있으며, 생산자들이 출자해 세운 협동조합 법인이다. 조합원들이 자신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판매권한을 조합에 몰아줌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며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탈도매시장의 대표 품목인 돼지의 경우 농장단위 규모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고, 양돈농협도 계속 성장하고, 위탁사육을 통해 물량을 많이 확보한 계열화사업자도 있지만 시장을 선도할 만한 곳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조직도 가격을 결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서 돼지의 가격 결정은 도매시장 평균 가격을 이용하고 있다. 즉 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고 육가공업체나 농협 등과 직거래하는 돼지가 전체의 95%가 되지만 가격을 농가와 육가공업체가 협의해 결정하지 못하고 전체 물량의 5%밖에 되지 않는 도매시장 경락가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직거래 물량도 협의 대신 도매시장 가격 수용


주요 청과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청과물의 절반 정도가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고, 절반 정도는 대형수요처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데, 직거래 물량 대부분이 가락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납품단가를 정산하고 있다. 일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1주일 평균, 한달평균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가격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결국 가격 결정에 있어 도매시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르지 않다.

정부와 유통 관련 학자들이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거래방법, 정산방법 등 여러 가지를 손데고 있지만, 이미 협의에 의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도 도매시장 가격을 수용하고 있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협의에 의한 가격 결정(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이라는 이상향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유통상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재 유통경로상 파워를 농가도 갖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단한 노력이 선행될 때 자츰 거래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거래방식이 자라날 수 있다.

이미 축산분야에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시장점유율 30%를 점유하면서 시장지배자 위치에 올라서 있고, 닭고기의 경우 하림이 그룹 전체 물량이 30%를 돌파하면서 시장지배자 위치에 올라서 있다. 닭고기 가격은 하림이 매출목표(한해 닭 사육 및 닭고기 판매물량 목표)에 따라 결정되게 되어 있으며, 우유 소매가격은 서울우유가 결정하면 나머지 유업체들이 따라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은 과거 도매상이나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켰으나 현재는 상황에 따라 본사가 유통업체와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대형유통업체와 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시사점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열화를 단행한다. 생산과 가공, 유통을 계열화(내부화)하고 나면 더 이상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들어간다.

규모가 작은 경영체는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매시장, 도매상, 대리점 등과 협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즉 유통경로의 단축이나, 내부화(계열화), 도매시장의 이용 등과 관련한 의사 결정은 각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지 규범적으로 적용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수직계열화, 직거래활성화,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우리 유통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네로 추진하였으니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3~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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