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의 경제학
[특집2] 농산물 가격 폭등과 폭락의 경제학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4.05.10 08:00
  • 호수 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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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하는 농산물 공급과 수요
농산물 특성에 맞는 사전적 프로그램 도입 필요

[팜인사이트=김재민 기자]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국민들이 농업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 사회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두가지 결과물로 이어지는데, 그 분야에 인재가 몰리게 되고, 또 하나는 돈이 몰리게 된다. 정부의 재정 운영에 있어서 해당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이고 관련 정책과 제도 또한 고도화 된다. 인재와 돈이 몰리면 당연히 언론과 방송도 해당분야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우리나라의 1960~1990년대는 단연 건설이 주목을 받았다. 전쟁 이후 황폐한 국토에 건설해야할 인프라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자동차와 조선이 이어받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와 가전이 주목을 받았다. 한때 건축학과와 토목공학과에 인재가 몰리다가 1980년대~1990년대 전자공학과에 인재가 몰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IT관련 학문에 인재가 몰렸다.(법대, 의대는 계속 인기가 있었음)

우리 농업은 1960~1970년대 인재가 몰렸고 그중 축산분야는 1980년대 중반까지 인재가 집중됐던 분야이기도 하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가락시장을 방문해 주요 과일의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가락시장을 방문해 주요 과일의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농업계는 후계인력을 구하지 못해 앞으로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십수년째 이야기 될 정도로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면 농업이 유지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업계 출신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정부 수장으로 한두명씩 당선되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농림부 장관을 지내도, 농협중앙회장을 지내도 주요 정당에서 공천조차 받기 힘든게 농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도 농업이 몸값을 나타낼 때가 있으니 바로 농산물 가격이 너무 올라 물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지속될 때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그리고 커지는 농업의 몸값

2010년 배추값이 폭등했을 때, 2011년 삼겹살 가격이 폭등했을 때, 2017년 계란값이 폭등했을 때, 2021년 쌀값이 폭등했을 때 그리고 과일 값이 폭등한 지금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각종 뉴스와 방송까지 연일 과일 값과 채소 값 리포트를 내보낸다.

현재 과일 값은 역대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우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과일 작황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마다 냉해와 집중호우, 일조량 부족, 병해 등 재해가 발생하면서 가을에 수확해 저장해 두었다가 연중 소비를 하는 사과와 배의 수확량이 급감한게 주요 원인이다. 대표 과일의 수급이 불안하자 딸기와 귤, 수입과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이들 품목까지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 물가 상승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1월에 취임한 농식품부장관을 비롯한 농림축산식품부 주요 공직자들이 3월에만 물가와 관련된 회의나 현장을 방문한 횟수가 70여회에 달할 정도였고,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농산물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이라는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2000억원 가까운 재정이 3월 중순부터 약 보름간 집중적으로 살포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폭등의 시기는 농업계의 존재감을 알리는 좋은 시기이지만 정부도, 농가도, 소비자도 과도한 대응이나 관심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농작물의 경제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앞에서 소개한 주요 농축산물 가격 폭등시기 이후 해당 품목은 공급 증가로 가격이 폭락하며 몸살을 앓게 된다. 높은 가격은 수요는 억제하지만 공급을 유인해 자칫 과도한 공급증가로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시장 실패는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러한 시장 실패를 막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 운영된다.

 

농산물의 경제학

경제학에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하게 되고, 수급변화로 형성된 가격에 다시 수요자와 공급자는 반응을 하여 전략적으로 행동하면서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이론을 확립했다. 이 이론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확인하기 좋은 곳으로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수요는 비교적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지만 공급은 재고가 없을 경우 상당한 시차를 두고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농산물은 대부분 1년에 1회 생산 되기 때문에 올해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높아지면 내년 생산량에 영향을 주어 공급이 증가하고, 공급이 너무 늘어 가격이 하락하면 내년에 다시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높이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를 몇차례 반복하면서 공급과 소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거미가 집을 짓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여 이를 거미집 모형(Cobweb Theorem)이라 부른다.

여기서 더 나가 경제학자들은 공급과 소비가 가격이나 소득에 얼만큼 영향을 받는지 수학적으로 계산해 냈고, 가격이나 소득의 변화에 따라 공급과 소비가 민감하게 변화하는 품목을 탄력적인 품목으로 반대로 가격이나 소득 변화에도 수요나 공급의 변화가 크지 않은 품목을 비탄력적인 품목으로 분류했다.

 

여러 상품군 중 농산물은 공급과 소비에서 모두 비탄력적인 품목으로 분류가 되었다.

공급은 1년에 1회 생산하기 때문에 매우 비탄력적이다. 그렇다면 소비는 왜 비탄력적일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쌀값이 내렸다고 밥을 평소에 한공기 먹던 사람이 두공기 먹는 일은 거의 없다. 고춧가루 가격이 내렸다고 김치 소비를 크게 늘리는 사람도 없다. 반대로 쌀값이 올랐다고 밥을 반공기로 줄이는 사람도 없고, 고춧가루 가격이 올랐다고 김치 소비를 크게 포기하는 사람도 없다. 소득의 증감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증가했다고 밥을 한공기에서 두공기로 늘리는 사람이 없다. 밥은 늘 먹던대로 먹는다는 것이다.

보통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농산물처럼 비탄력적 품목은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소비를 줄이는 일이 없기에 정말로 구매욕구를 낮추는 수준까지 가격은 폭등하게 된다.

반대로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서도 소비자는 가격이 조금 하락했다고 해서 늘리는 일은 없기 때문에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수준까지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농산물 가격이 적정한 수준에서 하락하고 상승하지 않고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가 비탄력적 소비패턴과 비탄력적인 공급패턴 때문이다.

 

정상재와 열등재 그리고 사치재

가격이 내리면, 또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거나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감소한다. 이 일반이론도 상품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소비행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먼저 소득과 관련하여서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일반적 상품을 정상재(Normal Good)라 한다. 반대로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품목이 있는데 이를 열등재( inferior goods)라고 한다. 정상재의 대표적 품목이 육류이다. 우리나라 육류소비는 소득 증가와 함께 계속 소비가 증가해 왔다. 열등재의 대표 품목은 쌀이다. 쌀은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증가하기도 하였으나 30년 넘게 계속 감소하고 있다. 쌀이 열등재라 분류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육류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기펜재(Giffen goods)는 가격이 하락하면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품목을 말한다. 명품이라 불류되는 상품이 이러한 모습을 보인다. 농축산물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펜재화처럼 움직이는 품목이 있는데, 한우고기, 자연산송이버섯처럼 가격이 높아도 소비가 줄지 않는 품목이다. 기펜재는 열등재에 포함되지만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상재화의 경우 가격의 등락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익을 볼때도 있고 손해를 볼때도 있지만 기펜재는 가격 효과보다 소득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구매할 때 만족감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기펜재와 비슷한 개념에 사치재 베블런 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잘팔리는 명품이나 보석류, 미술 작품 등이 있고, 현대사회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도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대체재와 보완재

소비자들이 사과 가격이 비싸지자 이를 대체할 상품으로 눈을 돌렸고 이들 품목도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이라는 이익을 누렸다. 어떤 품목에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면 정부도 소비자도 이를 대체할 상품을 찾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달리 보완 관계에 있는 품목은 소비가 함께 늘거나 함께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보완재란 두가지 이상의 재화를 함께 소비할 때 효용이 증가하는 품목을 말한다.

돼지고기의 소비가 증가하면 덩달아 보완재인 쌈채소와 쌈장 등의 품목도 소비가 증가한다. 상추의 소비는 상추 자체의 매력에 의해서이기 보다는 돼지고기와 같은 보완재의 소비가 늘어야 상추나 깻잎 같은 품목의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보완재 관계는 여러 품목에서 발견되는데, 자동차 공급이 증가하면 휘발유 등 자동차용 연료의 판매가 증가하고, 남성 정장의 소비가 증가하면 넥타이나 셔츠의 소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들 보완재 사이에서도 대체재 관계가 발견되는데, 상추의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재인 깻잎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휘발유 가격이 너무 비싸면 자동차를 새로구매하는 소비자는 경유 자동차나 전기자동차로 이동하기도 한다.

현재 과일값의 폭등은 대체재의 소비증가로 이어졌고,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며 물가를 끌어 올렸다. 현재 정부는 과일가격 안정을 위해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과일을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치재와 필수재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상품을 필수재라 한다. 의식주에 해당하는 품목이 필수재에 속한다. 이들 품목으로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요가 쉽게 변동하는 성격을 가진다. 필요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대신 소득효과는 제한적이다.

사치재는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증가하는 품목이다. 가격이 내리면 소비가 감소하기도 한다.

앞서 설명했듯 가격보다는 소득효과가 큰 품목들이 여기에 속한다.

 

요즘 문제가 되는 사과는 엄밀히 따지고 보면 필수재는 아니다.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품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식량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식량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도 사과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족하면 수입을 하고 계약재배를 하고, 수매해 비축을하는 축산물, 쌀, 몇몇 채소류와 달리 사과는 높은 검역 기준이 이유이기는 하지만 수입도 하지 않는다.

 

정부의 사과 가격 폭등에 대한 생각

지금까지 정부는 각 재화의 성격에 맡는 가격안정, 수급안정 정책을 펼쳐왔다. 과거 쌀 등 식량 중심의 수급안정 정책은 수매와 비축으로 대응했고, 특별히 공급이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 수입을 해서도 대응했다.

이후 축산물이 식량처럼 수요가 증가하자 축산물 수급관리를 위해 수매와 비축사업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부족시 수입을 늘려 대응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배추도 2010년대 들어서 계약생산, 수매 비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쉽게 상해 저장하는 중 폐기되는 물량이 많다는 문제가 있지만, 배추김치는 식량 수준의 가격에 대한 비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서 2010년 수급불안으로 정부가 큰 곤욕을 치룬 이후 10년 넘게 수매비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사과를 비롯한 과일류는 식탁에 올라가는 품목이 아니다. 앞서 필수재도 아니고 사치재에 가깝다. 대신 가격에도 반응해 가격에 따라 소비가 늘고 줄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필수적 식량이 아니기에 지금까지 사과에 대한 특별한 수급관리를 하지 않았다. 계약재배나 수매, 비축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가 간식까지 수매비축을 해야할지는 미지수다.

대신 재배면적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저장 중 감모되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한 기술 지원, 산지유통센터의첨단화·저장능력 확대 등 민간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정부 대응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정부가 사과 등 과일류의 생산 증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고 있으나, 만약 올해 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공급이 과잉 됐을 때는 어떻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국회 계류중인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정부는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증산을 위해 힘을 쏟는 과일류의 공급과잉에 따른 전략도 함께 마련해 시장의 실패를 막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3~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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