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 폭등에 다시 고개드는 도매시장 책임론
사과값 폭등에 다시 고개드는 도매시장 책임론
  • 김재민
  • 승인 2024.04.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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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30% 생산 감소 불구 가격은 30% 아닌 90% 오른 이유는

도매법인 지배구조가 농산물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줄수 있을까?
송미령 농식품장관이 서울 가락시장에 방문해 사과·배·배추 등 주요 과일·채소의 도매가격과 반입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장관이 서울 가락시장에 방문해 사과·배·배추 등 주요 과일·채소의 도매가격과 반입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했는데 가격은 90%가 뛴 이유가 경매제 때문이라는 한겨레신문 보도(2024년 4월 9일.90% 폭등 사과값 뒤엔 ‘도매시장 경매제’ 아래 링크 참조)가 나왔다. 이미 사과가격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는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을 들고 나왔고 정부의 발표자료에도 경매제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이 해결사가 될 것처럼 이야기 하며 도매시장 책임론에 불을 지핀바 있다.

하지만 사과 가격의 폭등은 유통경로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농산물 유통 특성의 몰이해에서 나오는 초보적인 반응이다. 어떤 유통업자도 비용을 증가시키려 하지 않고, 어떤 유통업자도 남보다 상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 가장 적당한 가격에 농산물을 조달받기 위한 경로를 택하는게 일반적인 행태이기 때문이다.  

 

사과 30% 생산줄었는데 가격은 90% 상승

사과 가격이 90%나 급등한 것은 사과 생산이 30% 줄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라면 다음과 같은 논리적 기반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직전 생산주기 때 도매시장에서의 사과 가격이 폭락해 농가들이 사과 나무를 베어 버리고  샤인머스킷 재배로 30% 정도가 돌아섰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사과 생산량 감소는 직전 생산기 사과 가격 폭락이 아니라 기후변화, 병해충의 영향이기 때문에 도매시장에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아마도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했으니 사과 가격도 그 비율대로 오르는게 맞지 않느냐는 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농산물은 공급과 수요 모두 가격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 폭등과 폭락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농업계에서는 생산량이 2~3%만 증감이 있어도 가격이 큰폭으로 하락하거나 상승한다는게 상식으로 통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실패 상황을 대비해 저장성이 있고 식탁에 많이 오르는 품목의 경우 정부가 수매 배축을 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방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과의 경우 저장성이 있기는 하지만 식탁에 오르는 식량이 아닌 기호품에 가깝기 때문에 정부가 사과를 공공비축하는 일은 없어서 이번 사과 가격 변동에 대응할 카드가 없었던 것은 현실이다.

 

가격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하는 공급과 수요

사과 생산 감소 비율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고 과도하게 폭등하는 이유는 어지간하게 가격이 올라서는 산지유통조직과 농가가 보관하고 있는 과일이 도매시장으로 출하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오르게 되어 있다.

사과가 부족한 상황은 모든 소매유통업체들이 동일하게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산지 농가나 산지유통조직에 사과를 달라고 아우성일 것이고 그 중에서 가격 등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으로 출하가 되기 때문에 가격이 공표되는 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은 최소한 직거래하는 경로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산지유통업체는 이들 업체와 장기간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물량을 빼서 도매시장으로 납품하는 이기적 행태를 보일 수가 없다. 지금이야 모자라 문제지만 앞으로 사과가 남았을 때를 고려할 때 가격이 조금 낮더라도 장기거래를 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의 거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고려를 뛰어 넘는 가격을 제시했을 때는 말이 달라질 수 있다.

사과가 꼭 필요하다면 도매시장 중도매인 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업태들도 도매시장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물건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단지 도매시장은 그 가격이 공표가 된다는 것이 차이일 뿐 모자랄 때 가격 폭등은 피해갈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도매시장이 없던 계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11년과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로 닭이 대규모로 살처분되었을 때 대형유통업체, 계란수요가 많은 식품회사, 계란도매상인들이 계란을 서로 달라고 하는 통에 계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30% 정도 닭이 살처분 되었는데 가격은 30%가 상승하지 않고 두배 넘게 상승했다. 도매시장이 있고 경매를 하기 때문에 비율대로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요보다 공급이 많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 전경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 전경

 

도매시장 지배구조 가격에 영향을 줄까

누가 도매법인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사과 가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청과도매시장은 농안법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게 된다. 농협이 운영하는 공판장이어서 수수료가 낮고, 상하차비도 낮게 할 수가 없다. 다른 경쟁 법인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다른 도매법인에 수탁을 하는 농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결국은 비슷한 수준에서 수수료를 책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을 직접 한다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수료도 받지 않고 상하차비도 받지 않겠다 할 수는 있다. 정부가 수수료 없이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도매법인을 경영을 해도 농안법 테두리를 벗어나 가격을 책정할 수 없고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법인이라 해서 법의 테두리이기는 하지만 경쟁 법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이기적 행태를 보이는 순간 고객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980년대 계약한 도매법인이 운영을 잘하던 못하던 계속 계약 연장을 해주고 있어서 문제라 한겨레신문은 이야기하고 있다. 담합론까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만 기존 운영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도매법인이 시장을 운영하려면 경매사 등의 필수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설법인이 해당 인력을 모두 새롭게 채용해 운영한다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주말 빼고 거의 매일 거래가 일어나는데 직원 채용하고 교육한다고 시장 운영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도매법인 종사자를 그대로 채용할 수 밖에 없어 바꾸나 바꾸지 않으나 상황은 변화하지 않는다.

현재 가락시장 청과도매법인을 인수한 대기업들은 기존 경영진과 직원들을 그대로 승계하고 있는데, 기존 경영진과 직원들의 노하우를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여서는 단기간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도매법인들이 대기업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ESG경영 등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은 필요해 보이며, 도매법인 역시 출하자와 구매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와 농산물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을 스스로 해나갈 필요도 있다.

 

사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기후에 쉽게 영향을 받는 노지작물은 언제든 사과와 같은 생산 감소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사과의 경우 농촌진흥청과 시도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사과 주산지의 냉해예방시설, 관련 약재를 보급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고, 여기에 과수화상병 예방 활동, 여름철 고온에 대비한 설비의 보급이 추진되고 있다.  사과 부족과 가격 상승의 원인에 맞게 처방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분명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사과가 충분히 공급이 될 것이다. 

경매를 통하던 통하지 않던 누가 도매법인을 운영하던 별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도매시장의 비용 절감과 유통합리화를 위한 투자는 필요한 상황이다.

1980년대~1990년대 건설된 농산물도매시장은 매우 노후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혼잡을 피하기 위해 시장을 이전해야 하는 곳도 있고,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첨단 물류장비를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ICT 기술을 접목해 물류의 최적화 유통의 최적화를 이뤄내야 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해 2010년대 첫삽을 뜬 가락시장의 경우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업무동과 식당가를 제외한 실제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은 전혀 진척이 없다. 노후시장에 대한 시설현대화를 통해 물류비를 줄이고, 저출산으로 노동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비한 스마트 도매시장으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데, 농식품부도 서울시도 도매시장 현대화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90% 폭등 사과값 뒤엔 ‘도매시장 경매제’(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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