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기후 위기 주범설’ 영향 규제로 돌아올까?
‘축산업 기후 위기 주범설’ 영향 규제로 돌아올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23.09.08 16:42
  • 호수 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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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을 둘러싼 가짜 뉴스에 현혹된 사회

[팜인사이트=김재민]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가축사육이 본격화 되기 이전 1970~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커다란 목장을 운영하는 것을 꿈꾸며 많은 젊은이들이 축산학과에 지원했다. 1970년대 미국 서부개척을 그린 카우보이 영화가 영향을 주었을 젊은이들이 꿈꾸던 멋진 목장의 꿈은 50여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농촌에서는 악취로 정주 여건을 악화시키는 시설로 축산농장이 지목된 지 오래되었고, 양돈장이나 양계장의 경우 신규로 축사를 건축하려는 움직임만 있어도 현수막이 내걸리고 민원이 제기된다.

도시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축산업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도시의 장년층들은 축산물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이중 농촌의 정주 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취와 관련한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축산업계는 2000년대 후반부터 악취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악취 문제로 피해를 주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근거가 없거나 영향이 미미한 건강 위해설과 기후 위기 주범설이다.

건강 문제는 워낙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구되면서 축산식품이 건강에 위해성 논란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고 있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는 실제 영향에 비해 과대 평가되면서 좀처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후 위기 주범설

이 주장이 처음 제기되었던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축산업은 기후 위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인식은 매우 자연스러운 상식이 되었다.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축산업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을까?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LIVESTOCK’S LONG SHADOW(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전체를 탐독한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다만 이 보고서를 소개하는 FAO 누리집에 게시된 보도자료를 접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그마저도 FAO 누리집이 게편되면서 관련 기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총배출 비율은 18%로 전 세계 교통수단의 온실가스 총배출 비율 13.5%보다 많다.

18%라는 비중도 엄청난데,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기차 등이 운행중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많다는 비교에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 민간환경연구소인 월드워치가 발행하는 소식지에는 ‘축산업과 기후변화’라는 짧막한 보고서가 담기게 되는데 해당 보고서는 FAO가 2006년 발표한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과소 추정되었다며 자신들이 계산한 것에 따르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51%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1%도 보수적으로 집계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후 채식주의자들은 두 보고서를 교묘하게 섞어서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교통수단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보다 많으며 그 비중은 51%에 달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두 보고서는 환경운동가,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반복해 확대 재생산되었고, 점차 언론들도 이들의 주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이상 기후의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 또한 강해지면서 축산업은 어느새 기후 위기를 촉발하는 주된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는 축산업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오해 하도록 만들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는 축산업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오해 하도록 만들었다.

‘축산업의 긴 그림자’ 잘못된 비교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서는 어떻게 18%라는 수치를 추산했을까?

보고서는 가축의 사료용 곡물의 재배와 수확, 이동 그리고 배합사료의 제조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가축의 장내 발효, 분뇨처리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농장에서 가축 사육을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 전기에너지, 가축이나 축산물의 출하 이동, 처리, 유통, 판매,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에 합산했다.

이와 달리 운송수단의 경우 자동차나 항공기, 선박 등이 운행하는 가운데 배출하는 온실가스만을 합산해 비교했다.

공정하지 않은 비교를 했다는 것이다.

공정한 비교가 되려면, 가축의 사육과정 중 배출되는 온실가스(장내발효, 분뇨처리)와 비교하거나, 교통수단의 제작 과정 즉 자동차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철의 채굴과 이동, 제철소에서의 처리 공정, 자동차 공장에서의 조립, 자동차의 폐기, 연료인 원유생산, 원유의 정제 등 모든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양을 합산해 비교했어야 했다.

어떤 식으로 비교하든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교통수단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월드워치의 보고서는 뇌피설에 가까운 보고서로 학계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들만이 이 보고서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축산업계를 공격하는 재료로 삼고 있다.

공급망 전체 온실가스 추정...탄소감축 방해

FAO는 2013년 9월 26일 ‘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축산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2006년 축산업의 긴 그림자가 추정한 가축 공급망 관련 온실가스 배출 비중 18%보다 낮은 비율인 14.5%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인데 사료 생산 및 가공이 가축 공급망 배출량의 45%, 장내발효 39%, 분뇨처리 10%, 나머지는 축산물의 가공 및 운송 중 7%라고 밝혔다.

14.5% 중 실제 가축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인간이 유발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 중 7.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축사육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사료 생산 및 가공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분해 살펴야 하는 이유는 전후방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작물의 재배는 농업 부문 중 작물재배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사료가공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축산물이나 사료의 운송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교통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별도 집계되어 발표되고 있어 이를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에 합산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대 추정되는 오류를 범하고, 각 산업이나 운송업계가 혁신을 통해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를 축산부문으로 떠넘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분뇨처리 과정 중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2O)나 메탄(CH4), 장내 발효 과정 중 발생하는 메탄의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하고, 축산물이나 사료작물 운송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의 연비 향상이나 전기나 수소자동차 등의 보급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FAO가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한 이후 많은 기관들이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구하였는데 대부분의 연구소들이 축산을 포함한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8~12%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료산업을 포함해 5.6%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배출량과 배출 비중도 마찬가지다.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2020년 2550만톤으로 2021년 소폭하락했다가 2022년 다시 2020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폭증가하고 있지만, 축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우 사육마릿수가 2024년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24년부터는 다시 감소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을 살펴보면 2022년 잠정치 기준 3.9%, 축산은 1.6%로 세계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 비중인 5.6% 내외보다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온실가스 배출량과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조금만 검색하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음에도 글로벌 5.6% 국내 1.6%에 불과한 축산부문이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고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농업분야 적응 대상에서 감축 대상으로

1997년 12월 11일 일본 교토시 국립교토국제회관서 개최된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회의(cop3)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2005년 2월 16일 발효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고 미국, EU, 일본 등 당시 강대국, 선진국이 이 의정서에 따른 감축 의무를 지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었다. 이후 녹색성장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강도 높게 대응한다는 차원으로 온실가스 감축프로그램 참여하기로 하고, 감축 계획을 정부가 수립하면서 각 산업과 부처마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감축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그 당시 농업부문(축산포함)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하다여 감축 의무는 부여하지 않았고 대신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 농업이라며 적응 프로그램 중심으로 대첵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축산부문 배출량이 많은 것처럼 호도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지속되었고, IPCC도 축산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우리 정부도 슬그머니 축산부문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된 2030탄소중립계획에는 축산부문 감축 목표와 감축 기술이 명시되었다.

축산부문이 온실가스 감축 대상 산업으로 지정된 것은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들이 제기한 기후 위기 주범설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축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

사료작물 재배, 사료가공, 가축의 도축이나 우유의 가공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각 산업별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나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적용해 나감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축산물 소비 감소 캠페인을 통해 전후방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은 너무 불분명하고 무책임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축산업계는 최근 10여년 간 가축 장내 발효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15% 내외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검증을 받고 있으며, 바이오차 등 새로운 분뇨처리 기술을 통해 분뇨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물론이고 논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까지 감축할 수 있게 되었다.

바이오차 설비를 도입한 축산농장이 등장하고, 저탄소축산물 인증 농가가 처음으로 배출되는 등 작은 성과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실질적인 배출량과 감축 노력보다 축산업계가 짊어지고 있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 의성 신기농장에 축분 바이오차 설비가 들어섰다.
경북 의성 신기농장에 축분 바이오차 설비가 들어섰다.

온실가스 감축 위해 젖소 도태 추진

최근 아일랜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3년간 젖소 20만두를 도태하기로 발표하면서 아일랜드 축산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일랜드는 젖소 160만두를 비롯해 710만두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축우산업의 영향으로 아일랜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농업 부문 감축이 필수적인데 정부가 저메탄사료나 바이오차 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소 사육두수 규제에 나선 것이다.

아일랜드처럼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국가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호주, 뉴질랜드 등 농축산업이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고 2030/2050 탄소중립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축산업에 대한 규제가 실행 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실제로 나서는 명분으로 이러한 사례들이 이용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대응이 필요하다.

 

농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농업부문이 큼.
농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농업부문이 큼.

*본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2023년 7~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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